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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형 자취 요리

[생존형 자취 요리] 기록을 시작하며

나는 실상 요리와 거리가 매우 먼 사람이다.

 

자취를 시작한 지 근 10년이 넘었지만, 바로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요리라고 부를 만한 것양심적으로 라면이나 계란 프라이 같은 것은 빼자을 직접 만들어 먹을 일이 내 평생 없을 줄 알았다. 매달 배달 서비스에서 꼬박꼬박 쿠폰을 받는 VIP 고객이었고, 카드 결제 내역을 훑으면 식비 부문은 당연하게도 1등이 배달앱, 2등이 외식, 그리고 3등은 없었다. 직접 식재료를 사는 일은 상상의 동물 기린 같은 것이었다. 말로 글로 들어보긴 했는데 내가 직접 겪을 일은 절대 없는 그런 거.

 

그리고 코로나19가 찾아왔다. 덜컥,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원래라면 회사 근처에서 사 먹었을 점심을 방구석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며칠 겪어보니 이것은 딱 그 심정이다. 시험 전날 하는 방 청소. 아마 다들 알 것이다. 관심 없던 일과 하기 싫은 일, 또는 싫은 일과 더 더 하기 싫은 일을 같이 놓았을 때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오전에 오늘 점심은 뭘 만들어 먹을지 틈틈이 레시피를 찾아보게 되고,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지금 하는 일을 때려치우고 재료 손질을 해놓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이런 연유로, 요만큼도 관심이 없던 요리에 조금씩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참 희한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뭐 대단한 살림꾼이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생초짜에 아주 간단한 것도 인터넷 레시피를 찾아야 만들 수 있고,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지만 때때로 너무 짜거나 너무 말랐거나 너무 물을 많이 넣은 실패작도 연성해 낸다. 여기에 나의 이런 여러 가지 시도와 그 성공 또는 실패의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