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리할 재료는 애호박 반 쪽.
보통 찌개나 다른 볶음 요리에 부재료로 넣었었는데, 집에 뭐 다른 게 없기 때문에 오늘은 얘가 메인인 요리를 해서 먹기로 한다.
마침 찬장에 지퍼백에 담긴 흰 가루가 있다. 아마 부침가루 남은 걸로 추정. 전분가루? 없다. 어차피 전이니까 부침가루 써도 큰 문제는 없겠지.
건새우는 새우젓으로 대체한다.
먼저 칼질 타임. 애호박은 길쭉한 모양으로 써는데 내 실력에서 최대한 얇게.
애호박은 먼저 큰 그릇에 담고 소금 간을 한 뒤 조물조물해서 방치해 둔다.
이제 나머지 재료, 청양고추도 반 갈라서 잘게 썰고 새우젓은 다져준다.
소금을 뿌려둔 애호박에서 물이 조금 나왔다면 나머지 재료를 넣고 부침가루도 넣고 잘 섞는다.
밀가루가 많은 전을 안 좋아해서 가루는 조금씩 추가해 가면서 최소한으로 넣으려고 했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프라이팬에 올리고 납작하게 모양을 잡아준다.
흰색이 사라지고 노란빛이 돌면서 좀 익었다 싶을 때 계란을 깨서 올리고 터트린다.
부침가루를 적게 넣어서 접착력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에 계란물로 빈 공간을 좀 메워주자.
그리고 이제 드디어 뒤집어야 할 때. 이때가 오면 왜 조그만 전 여러 개로 부치지 않았는지, 아무 생각 없이 거대한 대륙 하나로 만들었는지 후회되기 시작한다.
프라이팬을 살살 흔들어서 전이 잘 움직이는지 간을 본 다음 뒤집개를 충분히 밀어 넣고 과감하게 휘릭
하면 이렇게 된다.
괜찮다. 다시 찢어진 부분끼리 잘 맞춰서 판게아로 모아주면 감쪽같다.
원하는 만큼 노릇한 색이 나고 애호박이 다 익었으면 그릇에 옮겨 준다. 사실 다 조각나 있지만 사진에는 멀쩡한 한 장으로 보이는 애호박전 완성.
재료를 있는 걸로 이것저것 대체해서 약간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맛은 매우 좋았다.
짤까 봐 정말 조금 넣은 새우젓이 곳곳에서 느껴져서 간이랑 감칠맛을 잡아주고 계란도 잘 어울린다.
뭐 찍어먹을 양념장 같은 걸 귀찮아서 안 만들었는데 이 한 장만으로도 완벽한 밸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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