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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형 자취 요리

[생존형 자취 요리] (망한) 양배추 길거리 토스트

오늘의 메뉴는 남은 식빵과 한 판 가득 있는 계란에서 영감을 받아 길거리 토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파는 있었고 양배추와 햄을 추가로 구매.

모아놓고 보니 중요한 재료는 다 새로 산 것처럼 느껴지는 건 착각이다.

 

준비한 것. 식빵, 양배추, 대파, 슬라이스 햄, 계란

 

 

대파는 반으로 갈라 잘게 썰고 양배추는 내 능력치로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가늘게 채 썰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귀찮아졌기 때문에 점점 굵어졌다. 이것도 능력치의 한계라고 해두자.

계란물은 풀어서 준비.

썰어놓은 재료를 다 계란물에 넣고 잘 섞어준다. 소금 간 약간.

 

 

 

이제 팬에 기름 (또는 버터)를 두르고 준비한 반죽을 다 붓는다.

팬 위에 올라가 있는 모양을 보고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식빵에 비해 너무 크고 두께도 두꺼워서 안 익을 것 같다는 강한 예감. 양배추가 계란보다 많고 그마저 자잘하지도 않아서 얇게 잘 안 펴진다. 옳게 된 모양은 계란부침에 야채가 섞여 있는 느낌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건 양배추전에 계란을 접착제로 쓴 느낌...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익혀보기로 한다.

옆으로 밀고 한 구석에 햄도 구워준다.

 

 

 

윗면 상태만 보고 오래 익히다가 뒤집었더니 바닥은 대참사.

빵을 같이 굽다가 빵 위에 계란 반죽을 올려서 삭 접는 방법을 따라 해 보려고 했으나 무참히 실패했다.

포기하고 다 따로 구운 다음 밖에서 합치는 방법으로 선회했다.

계란 반죽은 반으로 접었더니 더더욱 두꺼워짐.

 

 

 

각자 따로 구운 것들을 꺼내서 접시 위에 차례로 쌓아놓고 뚜껑이 될 빵도 구워준다.

햄과 빵으로 탄 부분을 잘 덮어주면 완성.

 

 

 

속은 무참히 망했지만 어쨌든 최대한 가리고 커피랑 같이 놓아서 멀쩡한 척해봤다.

그리고 먹다가 깨달았다 케첩을 안 뿌렸다는 것을...

약간의 탄맛과 강렬한 양배추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커피와, 간간이 느껴지는 햄의 맛과, 양배추=건강이라는 자기 최면의 힘으로 다 먹기는 했다.

 

패인은 채소가 너무 크고 많아서 마치 파전과 같은 질감의 속이 되어버린 것. 다음에는 양배추 양을 줄이고 더 잘게 썰 것이다. 양배추 샐러드처럼 가늘게 할 자신이 없다면 과감히 채 썰기를 포기하고 그냥 잘게 다지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